5 클래스 - ‘ 내 삶의 중심생각을 이야기로 빚어내기 ’ 참관후기입니다.

○ 강사 : 목윤지영 샘 ( 충북 괴산의 <신기학교>에서 공동체 식구이며 멀티미디어창작교실 을 10년 넘게 교육 하고 있음.)

○ 참석자 : 김영덕 ( 대구에서 온 고 3 학생)

송재우 ( 유스보이스 성남센터 교사, 대학생)

박용현 ( 고 3학생)

김상식 ( 회사원 , 25세)

이한결 ( 경기외고 2학년 학생)

김혜리 (남양주, 고1 학생)

이도연 (용인, 고 2 학생)

총 7명 - 고등학생 5명, 대학생 1명, 회사원 1명

○ 참관자 : 문옥희( 서울당곡초등학교 교사), 황혜경(서울 YMCA 청소년부 간사)

○ 기록자 : 문옥희

1. 강의 소개

- 내 삶의 주제 의식을 나의 고민에서 출발해서 함께 나눠 보고 이야기로 만들어 보자.

평소에 미디어교육으로 영상작업을 할 때 작품으로 제작하는 과정보다 더 중요한 작업이 이야기 만드는 작업이다. 참관자로서 어느 클래스를 선택할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제작교육의 사전교육인 이야기 만들기 작업에 흥미가 많아 선택했다. 이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참관자인 나도 무척 궁금하다.

2. 각자 소개 - 내 삶의 주제의식을 말해보기

- 상식 : 회사원으로서 여름휴가 3일을 미디어컨퍼런스와 반납했다. 내 삶의 주제의식은 열정, 사랑, 진실이다. 열정을 가지고 지내는 하루의 기쁨을 알기 때문에 이 휴가반납도 기꺼이 했다. 또 모든 사람을 사랑하자, 그러면 진실은 어디든 언제든 통한다.

우선 서먹한 분위기를 젤 나이 많은 회사원 오빠가 물꼬를 텄다. 개인적으로 참 존경스러운 인물이다.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고달픈 회사원에게는 여름휴가가 정말 꿀맛같이 달콤할텐데 귀중한 3일을 미련없이 이 행사와 반납했다. 더구나 올해가 자신이 나이에 걸려서 마지막이 될 것이니 여기에 온 것만 해도 행운이라고 정말 좋아했다. 디자인 대학을 자퇴하고 회사를 전전하느라 치열하게 살았다 한다. 자기처럼 자신의 꿈을 쫓는 사람이 많아지면 사회가 바뀔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세상의 고달픔과 깊이를 잘 깨달은 표정이면서도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열정과 순수함을 잘 간직한 사람이다.

- 혜리 : 내 삶의 중심은 ‘ 입시’ 이다. 내 꿈은 기자이고 세상의 사각지대를 취재하는 기자가 꿈이다.

☞ 우리 클래스의 젤 막내이다. 조용한가 싶으면 천진난만하고 귀여운 여고생이다. 외고 준비를 위해 엄청 공부했지만 떨어져서 속상하다 한다. 현재 신문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조중동을 보면서 사회의 부조리한 면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한다. 원래는 소설가가 꿈이었는데 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기자로 바뀌었다.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이런 곳을 취재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 도연 : 내 삶의 중심생각은 ‘ 자유’ 이다. 아직은 혼돈스럽고 입시 때문에 하고싶은 것도 못하고 프랑스를 가고 싶다.

우리 클래스에서 젤 예쁜 고2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무용을 했지만 진학을 생각해서 부모님한테 부담주기도 싫고 해서 포기했다고 한다. 어쩐지 몸매도 예쁘고 어딘가 예쁜티가 난다 했다. 예전에는 기자가 꿈이었으나 정치계 같은 복잡한 사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고 지금을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는 모르겠으나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꿈을 꾸고 있다고 한다. 은행원이 꿈이라는 친구의 말이 이해가 안된다 한다. 그건 직업이지, 자신의 꿈은 아니라 한다. 본인은 자유를 꿈꾸니 말이다.

- 한결 : 내 삶의 과제는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 이다.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일찍 성숙해 버렸고 뭐든지 직선적이다. 영화보고 책 읽고 음악 들을 때가 젤 행복하다. 학교에서는 방송부 활동을 하고 필 받을 때 일기를 엄청 열심히 쓴다.

뿔테 안경을 쓰고 또랑또랑하고 야무지고 귀여운 학생이다. 어찌나 똘똘하던지 우리 모두의 귀염을 독차지했다. 입시경쟁의 최첨병의 현장인 외고에서 삶의 철학적인 고민을 많이 한 것 같다. 주위 친구들은 돈만 쫓는 것 같아 친구랑 싸우기도 했다고 한다. 흔히 볼 수 없는 외고생이다. 유일하게 이 클라스에 오기 전 과제를 해왔다. 자신의 삶의 과제를 일기형식으로 써오는 것인데 문장력이나 사고의 깊이가 깊어 다들 놀랐다. 역시 외고생의 글솜씨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전공이 영어이고 부전공이 일어라 한다. 우와, 2개국어를 하다니... 어떻게 공부하냐고 했더니 미드, 일드를 열심히 본다고 한다. 역시 영화학도다운 방법이다. 자막없이 보면 다 이해하냐고 물어봤더니 대답 왈 ‘그냥 혼자 깝치는 수준이에요’ 라고 대답해서 다들 폭소가 터졌다.

- 영덕 : 꿈이 영화감독이다. 고3이지만 학교공부보다는 이런 강좌를 들으러 다니고 있다.

영화작업할 때가 젤 행복하고 불안감이 없어진다.

안경 쓴 표정이 얼마나 착하게 생겼는지 모른다. 고3이라서 방학자율학습 때문에 많은 난관을 뚫고 나왔다 한다. 작년에도 오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안 보내줘서 포기하고 올해는 선생님들마다 절절한 편지를 써서 겨우 허락을 맡고 나왔다 한다. 이런 학생들을 보니 이 행사가 더 의미있어 보인다. 힘들게 온 학생들에게 정말 많은 걸 느끼게 해줘야 할텐데. 더구나 학교가 어찌나 억압적인 분위기인지, 예전 뉴스에 학생 200대 체벌사건 터졌던 학교라 한다. 학교 교사들이 다 이사장의 아들 딸들이니 학생들을 함부로 대하고 분위기도 엄청 살벌하다 한다. 그 속에서 자신의 소중한 꿈을 키우고 그 꿈을 위해 이렇게 달려오고 있다니 그 의지나 어려움, 주위의 비난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우면서도 정말 대견스럽다. 참 대단한 학생이다.

- 재우 : 예전 방송부 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하고싶은 것과 먹고사는 것이 연관되어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졸업반으로서 진짜 내가 뭘 원하는지 불안하다. 옛날에는 꿈도 컸는데 사회진출을 앞두고 자신감이 떨어지고 좌절감도 많이 생긴다.

진짜 멀끔하고 잘생겼으며 귀고리도 멋지고 패션도 훌륭하다. 대학생활도 자유롭게 하고 부모님 도움으로 해외여행도 많이 한 듯 하다. 젤 자유롭고 뭐든지 다 가진듯한 대학생이지만 적극적이지 않다. 여기 올까 말까 생각하다 맨 마지막 날 접수해서 오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학생에 비해 열정이 떨어진 듯 하다. 뭘 하려고 해도 소극적이고 뒤로 뺀다. 내 아들같으면 뒤통수를 쳤을텐데... 하지만 이틀이 지나니 놀라운 변화가 시작된 사람이다. 조금씩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으면서 적극적이 되었다. 철들었다고 할까나? 역시 이야기의 힘이여, 이 학생 앞에서 발휘되는구나.

- 용현 : 공군 부사관이 꿈이다. 다른 대학이나 직업은 경쟁이 심하지만 이건 쉬워 보인다. 또 아빠가 계시니까,

우리 클래스에서 제일 재미있고 농담 잘하는 학생이다. 다들 멋진 꿈이나 이상을 이야기하는데 엉뚱하게 공군 부사관이라니, 그다지 키도 안 크고 운동도 못하게 생겼는데 그게 꿈이라니, 선택한 이유도 편할 것 같아서라고 한다. 되기 어렵다고 하니까 아버지가 공군에서 높은 분이라 한다. 아버지 빽을 믿고 꼭 할 것이라 한다. 참 되기 쉬운 것도 꿈이네. ㅋㅋ. 같은 이야기라도 참 재미있게 한다. 용현이가 말할 때마다 우리가 많이 웃었다. 폐교에서 보낸 ‘거북이 학교’ 경험이 무척 행복했다 한다.

3. 선생님의 총평과 이야기 만들 준비하기

- 목윤샘 : 우선 다들 처음보는 자리인데 어려운 말들을 꺼내 준 것 감사하다. 전국 각지에서 온 청소년들인데도 비슷한 고민과 비슷한 주제로 맞추는데 신기하다. 다들 어디에서 살든지 간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대입을 앞둔 불안감, 사회진출을 앞둔 불안감 속에서 살고 있다. 또 그 속에서 각자의 꿈을 키우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노력들과 고민들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이야기란 지어낸 것이 아니라 내 삶의 이야기를 하면 된단다.

샘은 10년 넘게 멀티슬라이드로 동화구연 작업을 하고 있었단다. 현재는 충북 괴산의 공동체 학교 ‘ 신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4세부터 80세까지 살고 있고 대상으로 가르치고 있다. 그러면 샘의 작품 ‘ 팥죽할멈과 호랑이’ 라는 ppt 이야기를 보고 이야기하자.

처음에 이 슬라이드 만들 때에는 그냥 좋은 옛날 얘기 그림으로 표현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이 이야기를 읽고 또 읽고 계속 읽다 보니까 다른 시각으로 보이더라. 그 시대에 이 할멈은 송곳, 자라, 멍석, 똥 들이 자식들인 것 같더라. 그 자식들을 먹이려고 혼자 밭갈고 힘들게 사는데 호랑이가 밭을 뚝딱 갈아주니 참 좋다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호랑이는 힘센 외간남자 이더라. 결국 이 자식들이 협심해서 호랑이를 무찔렀는데 외간남자를 쫓아내는 것이다. 이야기를 계속 보다 보니까 그 시대상이나 그 배경을 이해하게 되더라. 우리도 우리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면 좋은 이야기의 예를 보자

① 여우 누이

아들만 3형제인 집에 막내 누이가 태어났는데 알고보니 여우였다. 결국 형들과 부모님을 잡아먹었지만 주인공이 여우를 물리쳐서 집을 되찾는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흔히들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아도 된다. 여우니까, 결국 부모님과 형들을 잡아먹으니까. 이 이야기를 통해서 셋째 아들과 동일시하면서 동생을 미워하는 도덕적 자책감을 없애주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통해 마음속에 깊은 억압을 꺼내 적절한 비유와 상징 속에서 치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② 하늘을 나는 개구리

이 이야기도 열망을 담고 있는 인물을 만들고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처럼 주제의식을 가진 인물을 만들고 그 인물의 극복상황을 통해 주제를 표현하는 것이다.

4. 모둠으로 나눠 이야기 만들기 - A 모둠: 재우, 혜리, 영덕,

- 재우 : 중국 여행 때 친구와 술 마시고 있는데 중국 사람들이 친구 머리를 병으로 때리고 도망가더라.

- 혜리 : 우리반 친구 여자들이 남자친구 때문에 서로 치고받고 주먹으로 싸우더라.

- 영덕 : 우리반에도 친구들이 싸우는 것 많이 봤다.

그리고는 뚝딱 이야기 만..들...다.....

# 첫 번째 만든 이야기

2PM이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 공연을 가게 되었다. 이에 팬클럽 회장과 부회장도 팬들을 데리고 중국으로 가게 되었다.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고 피날레 시간에 팬클럽 회장이 부회장 보란 듯이 꽃다발을 주면서 안긴다. 이때 부회장 눈에서는 질투심에 불꽃이 튀긴다. 행사가 다 끝난후 다들 숙소로 들어가는데 부회장이 회장에게 회의를 하자고 하면서 술집으로 불러낸다. 둘이 술을 먹으면서 다툰다. 그러다가 부회장이 병으로 회장 머리를 쳤는데 그 자리에서 죽는다. 이에 2PM은 모든 공연이 취소되고 기획사 대표 박진영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귀국한다. 박진영이 공수부대 요청을 해서 부회장을 체포한다. 체포하고 보니 부회장은 우리나라 극비의 절권도 전수자였다. 그래서 한 방으로 회장을 죽인 것이다. 부회장은 사형되기 전에 한가지 소원을 말한다. 이명박대통령과 밥을 먹는 것이다. 그 소원을 국가에서 들어줘서 이명박과 밥을 먹다가 또 절권도로 이명박을 암살했다. 결국 대통령이 죽은 후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나라로 발돋음 하게 된다. 끝~

어어어, 이게 아닌데... 아니 이거 내노라 하는 대한민국 열정 청소년들이 만든 이야기가 바로 이거라니, 우리반 6학년 아이들이 만드는 거나 똑같네. 막 죽이고 다시 살리고 대통령 죽이고 난리부르스라니, 흔히들 미디어교육 현장에서 만들 수 있는 짬뽕 무협 스릴 서스펜스 이야기이다. 내가 우리 학교에서 이런 현상을 만날 때 하는 방법 “ 너희들, 장난 그만하고 진지하게 해라~ 잉, 다시 종이 줄테니까 써, 이번 시간안에 안 쓰면 점수 없어~” 로 협박만 한다. 아이구, 답답해라. 난 참관자이니까 이 학생들한테 가르칠 수도 없고 잔소리 할 수도 없고 그런데 목윤샘이 이리로 오신다. 이야기를 끝까지 읽는다. 이 이야기를 보고 한심해 할까? 도대체 이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하실까? 정말 궁금하다.

5. 샘의 지적을 받고 이야기 다시 만들다.

목윤샘 : (이야기를 읽으면서) 와우, 저런, 쯪쯪 , 그럼 해피엔딩으로 끝나네! 이야기를 빨리 만드는 것 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쏟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들이 겪었던 실제 이야기 속에서 나온 거지? 그런데 왜 이런 상상의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 상상할 때 즐거워요

- 이야기가 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니까 재미있어요.

- 실제 현실에서 되는 일이 없으니까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 우리가 욕구불만이 많으니까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어요.

- 우리 속 안에서는 야자가 싫고 놀고 싶고 내맘대로 시간 보내고 싶어요.

- 하고싶은 건 많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공부만 해야 해요.

- 우리 속 안에는 폭발하기 직전이에요.

목윤샘 : 이야기를 꾸민다는 건 우리 속 이야기를 다 꺼내 놓은 다음 이야기를 꾸며보자. 우리 인생이 미래에 저당 잡혀서 계속 꿈을 미루고 있어, 청소년이니까 대학 갈때까지 참아야 하고 대학생 되면 취직 될 때까지 참아야 한다지만 지금 하고싶은 일은 지금 해야지, 나중에 할 수 없잖아. 너희 모둠은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그리고 나서 이야기를 만들어, 또 못만들어도 괜찮고...

와우, 역시 샘은 훌륭하시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전혀 짜증도 내지 않고 짧은 감탄사만 표현하신다. 또 아이들한테 툭툭 건드리면서 이야기를 꺼낸다. 꼭 이야기 만들라고 강요도 안하신다. 전혀 억압적이지 않고 자연스럽다. 그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술술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나같으면 이틀안에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는 초조감으로 학생들을 볶았을텐데 말이다. 역시 훌륭한 샘이시다. 그리고는 우리 모둠은 끝도없는 왕수다를 시작한다.

- 혜리 : 정말 학교가 갑갑하다. 맨날 공부만 하라 하고... 그렇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중학교는 삼육중학교 미션스쿨이라서 고기를 못먹었다. 야채와 콩고기뿐, 그런데 우리 고등학교는 매스컴에도 나올 만큼 큰 행사 전교생 삼겹살 파티를 한다. 전교생이 운동장에 천막 속에서 학교에서 나눠준 삼겹살을 구워먹는 파티이다. 전교생이 돼지 9마리를 잡았다 한다. 그 삼겹살을 먹으면서 눈물이 다 났다. 한강탐사도 하고 좋은 점도 있다. 친구들한테 이 미컨에 같이 가자고 하니 다들 수리등급이 낮다고 공부한다고 안온다. 뭐 3일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신설학교라서 실적 때문에 학교가 공부, 공부 한다. 진짜 음미체 시간에는 강당 청소하고 잡초만 뽑는다. 친구들은 야자 끝나고 과외 받으면 새벽 3시에 귀가한다. 결국 2시간만 취침하는 거다. 정말 우리 불쌍하다. 대학 가면 쌍커풀도 하고 지방도 빼고 제모도 하고 예뻐지고 싶다. 중학교 수학여행 때 술도 마셔 보았다. 재미있었다. 담배도 펴 보고 싶고 술도 마시고 싶고 클럽에도 가 보고 싶다. 다른나라 클럽에도 가 보고 싶다. ......

- 영덕 : 내가 사는 대구는 굉장히 보수적이다. 특히 우리 동네는 대구의 강남이라 하는 수성구이다. 이보람의 ‘신기학교 로드무비’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하자센터 친구를 만나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도 많이 하였다. 그래도 내가 영화 공부하는 것에 대해 부모님은 이해해주신다. 아마 막내라 그런가보다. 그런데 학교나 친구들이 이상한 아이로 보고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하는 반항이라고는 학교 행사 때 전교생이 교가를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이 미컨 끝나고 돌아갑면 휴유증이 크다. 다시 현실의 지옥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힘들다. 나만 이렇게 고생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다 하니까 좀 더 참자 하다가도 내가 왜 참아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난 앞으로 더 참아야 하는 세월이 아까우니 더 참으면 안된다. 청소년으로서 하고싶은게 많다. 바닷가 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

- 재우 : 고등학교 때 급식이 하도 맛없어서 반 친구들 전체가 외식이나 자장면을 시켜 먹었다. 편식도 심했는데 기숙사 생활하면서 많이 고쳤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소주를 지퍼락에 넣어 방송부 카메라 가방 밑에다 숨겼다가 들켰다. 결국 2시간 동안 머리 박았다. 난 대학생으로서 너희들이 부러워 하는거 다 하고 산다. 여행가기, 술먹기, 놀러가기, 해외여행 하기, 알바 하기, 카페 알바 하기, 등등 지금은 부모님 밑에 있어서 하고싶은 거 다 하고 산다. 고등학생이라도 너희들 하고싶은 거 해봐. 막상 해보면 별거 아냐. 지금은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데도 앞날이 깜깜하고 막막하고 답답하다. 취업 고민 때문에 죽을 심정이다. 차라리 고등학생처럼 단순히 공부만 하는 학생이 더 편하다. 차라리 고등학생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 여기와서 사실은 내가 젤 행복하구나를 느꼈다. 내가 젤 편하고 행복한데 불평만 많았다 생각한다. 예전에는 굉장히 조급했었는지 내 자신이 바뀌었다.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서 포기하고 또 포기하면서 자유로워졌다. 또 내 의지대로 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정말 끊임없는 수다를 떨었다. 서로 속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정말 친해진 것 같다. 아니 속이 후련하다 할까나? 특히 우리 모둠 대학생은 굉장히 뒤로 빠져 있고 별 이야기를 안 했다. 고딩들의 대화가 유치해서 그런가? 그런데 점점 자기 속내도 털어놓고 또 조언도 해준다. 막 자기가 써 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점점 바뀌는 걸 느낀다. 이야기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인가? 천진난만한 여고생, 꿈많고 순수한 고3학생, 제일 자유로우면서도 불평불만이 많았던 대학생 3명은 만난지 이틀만에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알고 서로의 고민에 대해서 조언을 해 줄 정도로 친해졌다.

- 목윤샘 : 너희들 사는게 참 힘들구나. 그냥 이야기 만들라 하는게 더 막막하지? 차라리 제목을 주면 더 나을텐데 말이야. 이런게 스스로 만드는 창작의 어려움이야. 쉽게 답을 찾지 말자. 우리가 여기 있는게 이야기를 만드는게 목적이 아니거든. 이야기를 나눠보면 고등학생으로서 넘을 수 없는 벽, 앞이 안보이는 불투명한 앞날, 답답함. 무력감, 등등이 곳곳에 숨어있네. 이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3일이 끝나면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 삶을 이어가야 하는데 어떤 힘이 될까? 그걸 찾는게 우리의 과제야. 서로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내안의 그 사람의 일부로써 느껴보자. 가뜩이나 머리아픈 청소년들에게 너무 무겁고 진지한 주제만 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특히 영덕이처럼 여기서 자유롭게 생각하다고 다시 대구로 돌려보내야 하다니, 또 후유증이 심하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아팠어. 힘이 되어주고 싶지만 그건 스스로 만들어야 해. 스스로 견뎌내는 것은 본인 자신 뿐이야. 우리 사는게 작은 쟁반 안의 개미들처럼 우리가 이 안에서 삶을 영위하지만 쟁반 밖의 세상으로 한 번 나오면 새로운 세상이 펼져져. 정말 너희들이 진정으로 하고싶은게 뭘까? 뭔가 바꿔보고 싶구나. 각자의 일탈을 꿈꿔보자. 뭘 가져서 일탈이 되는 것이 아니라 버리고 가벼워져서 일탈이 되는거야. 영덕아, 넌 이제까지 버스를 제대로 타고 가고 있었어. 그런데 항상 의심하고 중간에서 내려버렸지. 너를 믿어. 계속 믿고 가다보면 넌 너만의 바다를 보게 될 거야. 혜리도 고등학생으로서 별것도 아닌 일탈을 시도해 보지도 않았지? 사소한 일탈인데 왜 그렇게 힘이 빠져 있었을까? 사소한 거지만 일상에서 해 보려면 각오가 필요하고 두근두근 하기도 해. 너희들한테 맞는 일탈을 해봐. 너희들 안에 차곡차곡 쌓여서 답답하지? 한번 나오고 싶으면 한번 나와보라구. 혜리는 바깥으로 나오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영덕이는 왔다갔다 하고 재우는 이 시기는 지났고 그 뚜껑안에 있느냐, 바깥에 있는냐 하는 갈림길에 있어.

샘의 말씀 끝에 다들 가슴속에 큰 울림이 있었다. 정말 샘은 남의 말을 잘 경청해 주시고 마치 마음깊은 곳을 사알짝 찔러준다. 이건 고도의 상담심리사나 해봄직한데 말이다. 특별히 상담을 공부하셨다기 보다 본인의 고민과 삶의 철학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리라 생각된다. 학생들은 훨씬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지면서 이제까지의 이야기를 동물원을 탈출하고픈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들자 한다. 서로의 성격이나 특성까지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맞는 동물캐릭터를 추천해주고 이야기를 일사천리로 만들어간다.

6. 최종 이야기 만들고 발표하다.

# A 모둠 최종 이야기 - 동물원 이야기

어느 아담한 동물원이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동물들은 불만이 많았다. 매일 매일이 단조롭고 사람들이 구경하러 오는 것도 짜증나고 사육사들이 주는 먹이에도 불만이 많았다.

코뿔소의 생각 ( 코뿔소의 역할을 맡은 재우가 발표한다.)

“ 정말 이 동물원은 답답해. 맨날 주는 사료도 그 맛이 그 맛이고, 아, 저 울타리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 저 바깥 세상에는 뭐가 있을까? 사육사 아저씨도 그저 그렇고 자기를 내가 좋아하는 줄 알아!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맨날 이상한 과자나 던져주고, 지루하다. 난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뛰어다니고 싶어. 광활한 초원을 실컷 달려보고 내가 먹어보고싶은 갖가지 풀을 다 먹어보고 싶어. 옆 우리의 곰은 나보다 일년이나 먼저 왔다는데 하루에 5번씩 재주를 넘는다. 세상에 1년이면 얼마나 재주를 넘어야돼? 정말 지겹겠다. ”

미어캣의 생각 (미어캣을 맡은 혜리가 발표한다. )

“ 난 귀엽게 생긴 외모로 이 동물원의 인기스타이지. 사람들이 젤 좋아한단 말이야. 그런데 맨날 주는 구더기 먹이도 맛이 없고 재미도 없고... 이 동물원의 스타를 이렇게 대접하면 안되지. 난 햇볕쬐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원래 호기심도 많고 다른 세상도 구경하고 싶어. 저 바깥세상에는 뭐가 있을까? 이 동물원의 동물보다 훨씬 친구가 많아질 거야. 울타리 밖으로 나가보고 싶다. ”

긴팔원숭이의 생각( 긴팔원숭이를 맡은 영덕이가 발표한다.)

“ 난 팔이 길어서 나무를 잘 타지. 그런데 이 우리는 너무 좁아. 난 여러 나무들을 건너뛰면서 잘 탈수 있는데 말이야. 이 좁은 울타리의 나무 한그루는 너무 재미가 없어. 난 울창한 숲속 나무들을 갈아 타면서 멋진 곡예를 할 수 있는데 말이야. 겨우 위에 있는 가지에서 아랫가지로 가는 걸 가지고 사람들이 와서 박수쳐주지. 별것도 아닌데 말이야. 저 울타리 밖 세상이 궁금해. 난 멋진 세상을 구경하고 싶어. ”

그러던 어느날 코뿔소가 울타리를 뿔로 박아버려서 울타리가 부셔졌다. 수 많은 동물들이 그 틈으로 탈출을 시도했다. 동물원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많은 사육사들과 직원들이 겨우 울타리를 복구하고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에 사장의 결단으로 동물원을 더 아늑하고 멋있게 리모델링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몇 개월 후 울타리 밖에서 고생하던 동물들이 돌아왔다.

코뿔소의 생각

“ 아, 드디어 나의 고향으로 왔다. 울타리 밖에 나가 보니 고생만 잔뜩 했다. 드넓은 초원을 가로질러서 좋기는 하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풀을 먹을 수 있어서 좋은 줄 알았는데 이상한 풀이 많아서 먹고 배아픈 적이 더 많았다. 안심하고 먹을 풀이 없어서 코뿔소인데도 살이 빠져서 홀쭉해진 것이다. 그리고 우리 동물원이 최고다. 이렇게 멋지고 변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육사 아저씨들과 더 사이좋게 지내고 울타리도 이제는 부시지 말아야겠다.”

미어캣의 생각

“ 난 원래 바깥 세상을 보기만 했으면 좋다고 했지, 나가서 살고싶지는 않아, 잠시 울타리가 부셔졌을때 얼른 구경만 하고 왔지. 난 여기가 제일 좋아. 또 내가 인기스타이고 사장님도 잘 대해주잖아. 햇볕도 좋고 먹이도 제때 잘주고 우리도 멋지고 변하고 난 불만이 하나도 없어. 여기서 잘 지내야겠다.”

긴팔원숭이의 생각

“ 야,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난 다른 원숭이들과 생각이 달랐지. 다른 원숭이들은 그냥 여기서 편하게 지내는 걸 좋아하지만 난 꿈이 있어. 멋진 곡예도 하고 멋진 옷도 입고 싶었어. 하지만 그걸 꼭 바깥에서 찾을 필요는 없어. 이 우리 안에서도 멋진 곡예를 할 거야. 사람들이 와서 좋아하고 박수쳐주면 그게 제일 행복한 것이라는 걸 느꼈어. 그래 멋지게 바뀐 울타리는 나를 보호해 줘서 더욱 좋아. 자 이제 더 열심히 연습하자. 낼 또 사람들이 구경올 테니까”

이렇게 도망 나갔던 동물들은 다 돌아오고 새롭게 리모델링한 동물원에서 동물들은 아늑하고 편안하게 지냈답니다.

이야기를 발표한 후 다른 모둠에서 질문을 함.

Q : 2PM 이야기에서 어떻게 동물원 이야기로 바뀌었나요?

▷ 액션신이나 표현도 어렵고 우리 모둠원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니 모두의 마음 속에서 꿈꾸는 일탈을 주제로 이야기해보자고 했다. 어제의 2PM 이야기와 전혀 연관이 없는게 아니다. 뭔가 죽이고 파괴하는 것들이 서로의 일탈을 꿈꾸는 것이 아닌가? 나의 일탈들을 동물원의 동물에게 비유해서 동물들을 풀어주면 속이 시원할 것 같은 발상에서 시작하였다.

Q : 동물들이 울타리를 벗어나도 다 돌아왔는데 그건 어떤 의미인가?

▷ 우리가 추구하는 일탈들이 항상 꿈꿔오지만 막상 하려고 보면 사소한 일탈들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평소에 이 울타리는 필요없어 하면서 여기지만 막상 이 울타리가 없어져서 보호받지 못할 때의 불안감이 더 무섭다. 우리가 요구하는 건 이 울타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울타리를 요구할 뿐이다. 사실 일탈은 내용이 파괴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것, 그냥 단지 다른 걸 경험해 보고 그냥 다른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는 걸 나타내고 싶었다.

7. 소감 발표하기

- 도연 : 정말 뿌듯하다. 고민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만드는게 뿌듯했다.

- 상식 : 만족한다. 청소년들과 많은 대화를 해서 행복하다.

- 용현 : 같이 작업하는 건 좋지만 불만족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과정이 좋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어젯밤에 새벽까지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서 좋다.

- 한결 : 꼭 이야기라 할 때 다른 동물로 비유해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진지한 이야기를 가볍게 표현할 수도 있었다. 이 시대를 사는 청소년 우리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고 서로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 영덕 :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고 작품에 각자의 생각이 녹아들어서 뿌듯했다.

- 재우 : 내가 진짜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동생들과 이야기 한 것 뿐인데 제 삶이 어떤가 돌아보게 만들었다.

- 혜리 : 꼬박 이틀 이야기 한것밖에 없는데 신세계를 만난 듯 하다. 앞으로는 좀 더 생각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

목윤샘 : 이야기는 별것 아니다. 뭔가 사람들 마음을 건드리고 울리는 요소만 있으면 된다. 이야기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과정이다. 먼저 내 마음을 꺼내 드러내놓고 견주어 보고 통하는게 있다면 악수하고 격려하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이야기를 만드는데 어떤 이론이나 기술을 배우지 않고도 솔직한 마음만 있다면 쉽게 할 수 있다.

샘의 정리해 주신 말씀대로 이야기란 별게 아니다. 각자 우리의 솔직한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그 말씀 한마디에 우리 모두 자신감이 충전되었다. 학생들의 표정은 밝아서 환해 보인다. 사실 미컨 중에서는 그다지 역동적이지 못한 클래스였는데도 학생들은 하나같이 속이 후련해 보인다. 이야기의 마법이라 할까? 특히 잘생긴 대학생은 겨우 이틀뿐인데도 태도가 확 달라졌다. 훨씬 적극적이고 동생들을 잘 리드해줬다. 자기 마음이 움직여서일 꺼다. 맞아, 이야기는 내 마음을 울리고 움직이게 하는 법이다. 좋은 클래스에 참석해서 목윤샘께 감사하고 정말 좋았던 수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