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컨퍼런스-워크샵참관후기 |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17. 06:25

4클래스-나만의 글쓰기 (강인경)


Intro

1. 글쓰기의 압박

문자를 익히면서부터 시작되는 글쓰기에 대한 요구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다양한 형태의 글쓰기 과제들... 많은 사람들이 거쳐가는 학교에서의 삶은 쓰기와 관련된 각종 행사와 평가와 대회들이 즐비하게 들어있다. 외국 혹은 대안학교도 글쓰기는 중요한 학습활동의 수단이자 내용이다. 입시에서도 글쓰기 실력은 여전히 유효하고도 중요하며 편리한 평가 도구이다. 그게 끝이 아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각종 문서와 제안서를 작성하고 블로그를 꾸미며 아이의 어린이집 수첩에 매일마다 몇 줄의 문장을 적어 보내야 한다. 한데 그 어떤 글도 호락호락하지 않으며 소위 말하는 문장력이란 것과도 별개의 문제다.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닿아 있을 뿐이다.

2. 나의 초점은?

아이들과의 영상작업 경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어려움 중에는 대본쓰기가 들어있다. 정확히는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구현하는가인데, 매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매체의 특성에 알맞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기술 혹은 기법에 대한 고민보다 앞서야 함에 틀림이 없다. ‘나만의 글쓰기’ 클래스의 수업에 대한 나의 초점은 여기에 이어져 있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작가이자 감독으로 입봉을 준비하고 있는 심성보 선생은 우리의 글쓰기에 ‘글솜씨’를 결부시키지 말기를 신신당부한다. 바꾸어 말하면 글쓰기를 배우러 왔을지 몰라도 글을 ‘잘 쓰는’ 일에는 보탬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가 숨겨진 셈이다. 그렇다면 <나만의 글쓰기> 수업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그 답이 참관의 첫 번째 목적이다.

두 번째 목적은 나도 글을 쓰는 것이다. 내가 직접 참여해 보면 감을 잡기는 더 쉬울 것이므로. 창작의 바다에 이 몸을 풍덩- 던져보리라. 들키지 않도록 주먹을 쥐어본다.

아이들의 작업은 키보드와 모니터 속에서 이루어진다. 대부분이 개인 저작을 만드는 일이라서 수업중의 상호작용이 그다지 그리 활발하지는 않을 듯.
선생님의 당부 하나, 수업이 진행되고 글을 쓰는 동안 인터넷은 자제해 달라고.



#1. 글쓰기가 좋아요?

먼저 자기소개. 중 1부터 대학 2년에 재학중인 10명의 아이들과 프렌토, 스탭, 참관교사 2인이 차례로 인사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슨 생각을 가지고 <나만의 글쓰기> 클래스에 왔는지를 묻는다. 글쓰기를 좋아해서 왔는지 글쓰기를 배워보려고 왔는지. 아이들이 대답이 끝나고 교사는 강조하여 말한다. 지금부터 쓰는 글은 잘 쓰는 글, 멋있게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글이다. 솔직하게 쓰되 이야기를 만들어라. 찍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2. 설계도

도화지와 크레파스가 3장씩 분배된다. 아이들은 그 도화지에 미디어 창작을 위한 계획서를 쓰게 된다. 이것은 설계도격의 글이며 통칭 시나리오라고 부르는 것임을 교사가 알려준다. 그러면서 시나리오가 얼마나 다방면에 쓰이는지를 예로 들어 보이는데, 다큐나 방송물 하다 못해 친구를 골탕먹이는 일에도 시나리오가 필요하며 그것을 쓰는 것이 이번에 우리의 할 일이라는 점을 적시한다.

또 하나, 글 쓰는 행위 도중에 떠오르는 생각을 소중히 여기라는 강조가 이어진다. 키보드 작업중에 떠오르는 작은 생각, 작은 이미지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겨라. 이후로도 이 점은 수시로 언급되고 강조되었다.

앞에 분배된 도화지에 아이들은 그림을 한 장씩 그리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기억 속의 한 장면 - 어제부터 기억나는 시점 중에서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는 기억 하나를 그림으로 그린다.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미지중의 하나로, 글을 쓰기 위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경험도 되고 꿈도 좋다.

② 그림의 내용 - 2명 이상이 등장인물이 필요한데 그 중 하나는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무언가를 원하고 있어야 하며(want) 그것을 선명하게 하라. 다른 한 사람은 주인공의 want에 대한 걸림돌이다. 그림은 이미지를 생생하게 하려는 것으로 단색으로 하지 말고 색깔도 칠하고 아주 촘촘하게 그려라.

아이들이 그리는 동안 교사는 이번 과정에서 유념해야할 점을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 “설명하지 말고 그려라” - 사람은 반드시 나와야 한다. 걸림돌이 떠오르지 않으면 만들어 보자. (아이들 몇몇이 발표를 한다. 어려워하는 참가자들에게 강사는 도움을 준다)

② 하나의 순간 - “기억속의 한 장면”이란 머릿속에 떠오른 하나의 순간이다. 하나의 장면만을 그리자.

③ 그림을 그리면서 그때 있던 장면들을 자꾸만 생각해 보라. “아, 그때 그랬지. 그랬었지.. 왜 그랬지?” 등등.

④ 너무 설명하려 하지 마라. 다 설명해주어야 할 것 같지만 한 장면만 보여주어도 다른 사람들은 잘 안다. 길가에 맨발로 나와있는 장면 하나만 보여주어도 사람들은 그 사연을 다 안다.

⑤ 그림의 여백에 제목을 정해서 쓰라. 제목과 주인공이 원하는 것 혹은 주제는 달라도 괜찮다. “도둑맞은 신발”이나 ‘슬리퍼를 찾아라’ 처럼.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교사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면서 앞서 강조했던 점들에 대해 부연설명을 살살 해준다. “어려워?”, “모르겠어? 아무거나 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가 겪는 자잘한 일들도 대개 비슷하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보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


#3. 설계도 발표시간

그리기를 마친 아이들이 칠판에 그림을 붙이고 설명한다. 설명이 끝나면 교사는 아이와 간단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면서 이야기의 윤곽을 잡아가고 글쓰기 작업에서의 초점을 부연한다.

♣ 지연 : <수박 깨진 날>. 버스 안. 승객이 있고 주인공과 할머니가 등장. 내가 가지고 있던 수박이 깨진 것.

* comment - 나의 want는 무엇인가? 무엇일 수 있을까? 이건 어떤가? 수박이 먹고 싶어서 할머니를 졸라 어렵게 수박을 샀는데 버스 안이 너무 더웠다. 재미있는 실수에 의해 수박이 깨져서 허무하게 된 것. 여기서 내가 원한 것은 수박을 먹는 일이다. 이때 내가 수박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던 누군가가 있었을 것.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수박을 먹고 싶은 한 여자아이가 수박을 사가지고 돌아오면서 있던 실수”.

♣ 혜주 : <구부러졌다>. 차사고가 난 그림. 나는 그 사고를 바라보고 놀라있다. 사람이 죽은 것을 본 일이 없는 나의 want는 가까이에서 사고 현장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걸림돌은 주변 사람들과 함께 가던 친구. 빨리 떠나야 하는 상황이고 그걸 굳이 보려는 나를 이상하게 여길지 모를 사람들의 시선.

* comment - 이 이야기를 듣고 생각나는 앞뒤의 사건이 있는가? 왜 그것을 보려고 하는가? 함께 가던 두 사람이 남자와 예쁜 여자였다면? 음주운전자와 너무 예쁜 여자였다면? 설정에 따라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강력한 사건이다. 이 장면의 앞뒤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 상재 : <축제>. 어렵게 연습해서 공연에 올렸는데 친구가 갑자기 노래를 멈춤.

* comment - 좋은 소재라 할지라도 그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새로운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다.

♣ 푸른 : <어느 날 언덕>. 중 3인 두 친구. 천문대 언덕에서 생일파티를 마쳤다. 한 아이는 계속 별을 보기를 원한다. 천문대의 문을 닫을 시간이라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

* comment - 우정, 좋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별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별을 함께 보고 달라진 것은? 기억 하나가 더 생겼다는 것? 이야기가 되려면 등장인물 둘만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상황이 필요하다.

♣ 유리 : <휠체어>. 장애가 아닌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노는 이야기. 나의 want는 휠체어를 타고 놀고싶다는 것이고 그에 대한 걸림돌은 놀지 못하게 하는 아저씨. 우연히 휠체어에 탄 순간 주인이 나타났다.

* comment - 교사는 장면 안에서 여러 가지 가능한 이야기들을 뽑아내고자 애쓴다. 아이들은 한편 성의없이 혹은 진지하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하나둘씩 이야기를 풀어내고자 한다. 그다지 적극적이지도 흥미로와 하지도 않는 아이들.

♣ 형석 : <안돼>. 미컨에 참여하기 위해 보충수업 불참을 허락받으로 담임을 만나러 갔으나 허락을 얻지 못했다. 나를 믿어주지 않는 눈치의 담임.

* comment - "넌 아무 생각 없이 놀러 갈거"라면서 구실을 붙일 뿐인 교사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나는 여기에 왔다. 거기서 어떤 반전이 있을까? 수업시간에 노는 아이가 진지하게 이곳에 온 것은 무엇때문일까?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야 나를 인정할까? 시작-전개-위기-결말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명확할수록 알아듣기가 쉽다. 무엇이 더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 하늘 : <사라진 운동화>. 오카리나 연습중. 남자아이들이 운동화 4켤레를 훔쳐가서 잡으러 갔다.

* comment - 어떤 순간인가? 복수 이야기인가? 범인을 찾는 이야기인가? 몇 번 잃어버렸나? 비싼 운동화인가? 사연이 있는가? 범인 이야기보다는 운동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로 해보자. -> want를 분명히 하여 이야기를 계속해서 정교화하는 교사.

♣ 용좌 : <단무지를 원해>. 백화점 음식코너. 단무지를 먹고 싶은 아이. 그러나 사주지 않는 엄마. 바닥에 누워 떼를 쓰는 아이.

* comment - 왜 그 순간인가? 그것을 만들어 보자. 주인공은 5세 여아. 단무지를 좋아했나?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기억인가? 아버지는 어떻게 했나?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재료로써 끄집어낸 나의 경험이며 그 뒤로는 상상력을 발휘한다. 시작일 수도 위기나 결말일 수도 있다. 내가 꺼낸 이야기라고 해도 잘 알고 있지만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 미영 : <멈춰진 시간>. 미컨에 가기 위해 선생님께 허락을 받는 장면.

* comment - want가 무엇이든 상관 없다. “교사의 편견” vs. "갑자기 하고 싶은 것이 생긴 것“ 사이의 강력한 갈등. 그 사이 인물들은 어떻게 변해갈까? 굵직한 세 장면만으로 장편, 단편, CF가 다 된다.

♣ 지연 : <방 한 칸 사이. 그때 그 시간>. 방 한 칸 사이에서 누군가가 사과박스를 밟고 올라가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나의 want는 그가 죽지 않는 것. 걸림돌은 사과박스.

* comment - 충격적인 사건이라 할지라도 want와 걸림돌이 분명해야 한다. 분명하지 않다면 직접적인 걸림돌과 want를 만들어넣을 수도 있다.


#4. 묘사연습

교사의 말,

“ 머릿속의 한 장면을 글로 써보자. 흘러가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시간의 흐름은 있다. 그 중에서 한 장면을 글로 묘사하되 묘사하는 시간이 1분을 넘지 않도록 하자. 기억속의 사간을 잘라서 상황만을 묘사하는 것이다. 그린 것도 한 순간이지만 그것을 다시 잘라서 한 순간인 1분으로 만들자. 있는 그대로 더 짧게 가자.”

#5. 그림 만들기 - 촬영

조별활동이다. 아이들은 3명씩 짝을 지어 앞시간에 만든 신의 앞 뒤 사건을 만든다. 앞장면은 왜 일어났는지, want와 걸림돌은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세 개의 장면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사진으로 찍는다. 서로의 작품에 등장인물이 되어주며 필요하면 교사와 참관교사, 프렌토, 스탭의 도움도 가능하다. 설정과 표현하고자 하는 장면을 어떻게 구성하는지가 관건.

- 각 신은 장소가 달라야 하며 각 신에 해당하는 장면을 2장면씩 촬영한다(모두 6컷).

- 필요한 설정과 소품은 간단히 만들어서 활용하고 스틸 사진으로 찍되 찍고 나서 이야기가 되는지 알아본다.

- 1장당 1줄의 계획을 짜서 나간다. 그래야 친구들이 고생을 덜 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 큰 이야기가 아니어도 좋으나 장소는 달라야 하며 발단-전개-결말이 있어야 한다. 촬영 방법은 함께 아이디어를 짜서 나간다.

- 장소별로 2장씩 초이스한다. 폴더 하나를 만들어서 순서대로 배열해보자 아까운 사진들은 그 사이에 1-2장씩 끼워 넣는다.

- 참가자들은 작품 가운데 수정 지점을 찾아서 직접 수정해 보인다. 시나리오 작업에는 큰 글솜씨가 필요하지 않다. 이것을 보고 구체적으로 찍을 수 있도록 적어넣으면 된다.

- 다시 말하지만 미디어 작업에 대한 설계도로써의 글쓰기면 된다.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묘사하고 작업하며 고칠점을 확인한다. 실제와 글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작업한다.


#7. 슬라이드 쇼

어제 작업한 사진을 슬라이드 쇼로 함께 본다. 내용을 모르고 슬라이드 쇼를 볼 때 무슨 이야기인지 의미인지를 알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것은 컷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어떤 숏과 컷을 선택할지 고민해보는 과정으로 의미가 있다. 생각을 그림으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으나 꼭 필요한 상황은 있다. 그러므로 너무 어렵고 복잡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힘이 든다. 교사는 슬라이드 쇼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해서 코멘트한다. 아이들은 교사의 시각과 의견을 배운다. “아, 그럴 수도 있구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재미와 감동을 넘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그러므로 이야기를 할 때는 우리가 잘 아는 쉬운 이야기를 먼저 해보아야 한다. 너무 큰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할 때는 그것이 잘 안 될 때 힘들어진다. 욕심과 기성작품 따라하기 등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


#8. 포맷에 따라 글쓰기

MS 워드의 서식 설정에 따라 글쓰기


#9. 단편영화 보면서 시나리오 쓰기

단편영화를 함께 본다. 심성보 선생의 <소나기>를 보면서 내가 직접 찍는다면 어떻게 썼을까를 생각하면서 그 작품의 시나리오를 써본다. A4 1장에 2분정도 나온다고 가정하고 3장정도 분량이면 좋겠다. 너무 자세히 쓰지 말고 인물 중심으로 간단하게, 대사 없는 영화의 경우 움직임 묘사 위주로 쓴다. 쓰는 도중 다른 장면과 대사가 떠오르면 추가를 해도 좋다.


#10. 시나리오 쓰기

- 6~7분짜리 시나리오를 써본다. 길면 길수록 좋다. 어제 쓴 것을 자세하게 확장해보는 것.

- 왜 이런 시작, 발단, 위기, 결말이 되었는가를 생각하면서 쓴다.

- 쓰는 동안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공기에서 먼지 잡듯이 잡아서 쓴다.

- 시놉시스가 트리트면트가 되고 그것이 시나리오가 되는 과정 체험

- 작업 후 표지를 만들고 쪽수를 메겨 2부씩 출력한다. 1부는 제출하고 다른 1부는 자기 것이다.


#11. 돌려읽기와 코멘트

아이들의 최종 작품은 처음 시작한 순간과 사뭇 달라져있다. 작품마다 꼼꼼히 읽고 성실히 코멘트를 달아주는 친구들. 나도 하나를 써봤다. 후반에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에 다소 짤막하게 끝났지만 내 삶의 한 순간이 다른 색깔로 채색되는 독특한 느낌이다. 용기를 북돋아주는 코멘트들도 마음에 새긴다. 아이들의 작품을 파일로 받아두지 못해 최종 결과물을 함께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



Closing

1.  그 어떤 상황과 태도도 수용한다. 적극은 적극으로 소극은 소극으로. 수업을 진행하기보다는 관조한다는 느낌..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의 그림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기실 나만의 글쓰기의 “글쓰기”는 “이야기하기”의 다른 말이 아닐까?

2. 심성보 선생은 아이들을 대하는데 여백이 많은 교사다. 말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작업인 탓도 있겠지만 아이들간의 소통이나 상호작용은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부분은 교사의 언급과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 혹은 방식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교사의 한마디 한마디 그리고 이번에 진행된 작업의 순서와 방식은 실제로 아이들과 작업을 하는 데에서도 도움이 될 것 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컨에 참석하는 친구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자발적이지는 않아 보였다. 클래스에 같은 지역에서 온 두 여학생은 수업 진행중 잡담을 하거나 웹서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들에 대한 특별한 제재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사 역시 수업 진행에 방해될 때에 한해서 가벼운 주의를 주었다. 처음에는 그 아이들의 태도가 조금 거슬렸으나 달리 생각해보면 그렇게 허용적이고 수용적인 경험이 그 아이들에게는 많지 않을듯 하다. 겉으로 보이는 결과는 미약해보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특별한 경험으로 미컨이 기억되리라.
대안학교에서 온 두 친구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앞의 잡담많은 친구들과 한 조가 되었는데 아귀가 맞지 않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성실하고도 집중하는 태도로 듣고 그들을 아울러가면서 활동을 한다. 공교육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조바심이란 것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더 많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아쉬움.

4. 다시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
심성보 선생은 인상적인 한 순간을 잡아 "등장인물간의 want와 걸림돌"이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도록 한다. 미디어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want"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그걸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결국 나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신과 이야기 나누는 것, 다른 사람들은 어떤 want를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 이 지점이 나만의 글쓰기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